서 론
“우유의 열처리가 우유품질과 영양가에 미치는 영향”은 우유의 열처리 방법의 차이로 진짜우유가 되고 가짜우유가 된다는 광고에 현혹되었던 당시 일부 소비자와 전공자들에게 올바른 우유 살균에 대한 지식 을 함양시키기에 충분한 글이다. 이 책의 첫 장은 우유 열처리 역사에 관한 내용으로 서울대학교 농과대학에 재직하였던 김현욱 교수가 “우유 열처리 기술의 발달사”란 제목으로 초기의 우유 열처리, 초기의 상업적 살균법, 우유 살균의 법제화, 살균방법의 변화, 우유의 초고온 처리법의 발달 및 우유열처리법의 이정표의 소제목으로 각각 구성하여 작성하였다.
비록 27년이 지난 오래된 글이지만, 우유 열처리의 과학적 발전을 역사적으로 고찰하였으며, 연대기 순으로 체계적으로 나열이 되어 있기 때문에 유가공학을 공부하는 후학들에게 많은 참고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그대로 게재를 하였다. 다만, 당시 원문을 게재하면서 그 형식은 학술지의 투고규정에 맞추었고, 영문초록을 새로이 작성하였다. 또한 학술지 논문이라는 특성 때문에 존칭을 사용하지 않았으며, “우유의 열처리가 우유품질과 영양가에 미치는 영향” 책에
수록된 내용은 “글” 혹은 “원고”로 표기하여 본 학술지 논문과 구분하였다. 마지막으로 제1저자는 원고를 재작성한 전남대학교 대학원생으로 하였고, 교신저자는 본 저자로 하였다.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은 교신저자에게 있음을 알려두는 바이다.
다음은 “우유 열처리가 우유 품질에 미치는 영향” 3~22 페이지에 수록된 “우유열처리 기술의 발달사” 전문이다.
본 론
인류가 불 (火, fire) 을 발견한 이래로 식품을 가열해서 먹는 습관이 생기게 되었다. 우유를 가열해서 먹은 것도 인류가 우유를 먹기 시작한 때부터 생겼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인류가 살균(Pasteurization) 비밀을 알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우유의 살균기술은 우유산업의 발전에 획기적인 계기를 마련하였으며, 우유의 살균기술이 발전됨으로써 우유소비는 부락단위에서 거대한 생산․소비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게 되었고, 우유의 소비에 의해 전염되던 질병을 완전히 예방할 수 있게 되었으며, 유가공 산업의 발전기반이 형성되었다.
현재 세계적으로 미생물의 사멸목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우유의 열처리는 간이살균(Thermization), 살균 (Pasteurization), UHT 열처리(Ultra-High Temperature treatment)의 세가지 방법이 있다. 간이살균은 목장이나 우유공장에서 63~65℃ 에서 15~20초간 열처리하여 우유의 저장성을 연장시키기 위한 것이며, 우유에 오염될 수 있는 병원균의 사멸을 목적으로 하는 열처리는 아니다. 우유의 살균은 젖소로부터 우유를 통해서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는 병원균을 완전히 사멸시켜서 위생적으로 안전한 우유를 만들기 위
한 열처리 과정이며, 따라서 젖소에서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는 인수공통 전염병균(Zoonotic Pathogens) 중에 내열성이 제일 높은 미생물의 사멸에 열처리의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이 글에서는 우유 열처리 기술의 초기발달 과정을 중심으로 살펴봄으로써 우유열처리 기술의 목적과 방법 및 현실을 파악하는데 중요한 자료를 제공하고자 한다.
문헌에 의하면 Sweden의 과학자 Scheele이 1782년에 식초를 열처리해서 보존하였으며(Sommer, 1952), 이보다 17년전에 Spallanzani가 고깃국이 든 플라스크를 밀봉하고 한 시간 끓여서 보존했다고 한다. 프랑스의 과학자 Nicholas Appert는 오늘날 통조림 식품의 아버지로 알려지고 있으며, 그는 “동식물질의 보존 기술” 이라는 책을 1804년에 출판하였다. 1824년에 The University of Pennsylvania의 산과교수였던 Willaim Dewees는 우유를 유아에게 먹일 때에는 거의 끓을 정도로 가열했다가 식혀서 먹이기를 권장하였다(Dewees, 1929).
우유를 먹기 전에 끓이는 것이 좋다는 것은 19세기에도 널리 알려져 있었으며, 이러한 습관은 오늘날에도 살균유가 공급되지 못하는 지역에서는 널리 실시되고 있다. 그러나 우유의 열처리기술은 저온가열(低溫加熱, Par-boiling, underboiling)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획기적인 발전을 하였으며, 이는 프랑스의 미생물학자 Louis Pasteur(1822~1895)의 연구업적이라고 할 수 있다. 1860년부터 1864년에 걸쳐 Pasteur는 포도주의 발효와 보존에 대하여 연구하였으며, 적당한 온도에서 일정 시 포도주를 가열함으로써 부패미생물을 사멸시켜서 장기간 보존할 수 있음을 발견하였다. Pasteur는 우유의 가열처리에 대하여 연구하지는 않았지만, 후에 우유의 살균처리법은 그의 이름을 따서 “Pasteurization”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1853년에 미국인 Gail Borden은 우유를 진공상태에서 가열 농축하여 보존하는 방법을 발명하여 특허를 받았으며, 미국의 남북전쟁 중에 그의 방법에 의한 농축유(Condensed milk)의 생산․판매가 매우 번창하였다. 이어서 1884년에 스위스 태생의 Meyenberg는 가당연유를 가열하여 curd가 생기지 않고 멸균하는 법을 발명하여 미국의 특허를 받았다.
독일인 Soxhlet이 처음으로 유아용 우유의 가열법을 1886년에 사용하였으며, Jacobi는 1889년에 Soxhlet의 공정을 미국에 소개하여 미국의 소아과 의사인 Henry Koplik는 같은 해에 유아용 열처리 우유 취급소를 개점하였다. 후에 New York의 사회 사업가 Nathan Straus는 유아의 사망률을 줄이기 위해 New York 시에 처음으로 우유 열처리장을 설립하였으며, 그의 방법이 미국은 물론 유럽에까지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우유의 살균방법이 발달되기 전에 우유의 열처리 효과를 널리 인식시키는 데에 크게 기여하였다(Sommer, 1952).
우유의 살균이 보급되기 전에 유럽과 미주지역에서 도시가 성장하게 됨에 따라 도시 주변의 농촌에서 배달되는 우유의 문제가 점차 심각하게 되었다. 냉장시설이 없는 상태에서 생산된 원유가 도시에서 소비되기 전에 장거리 수송되는 도중에 변패되어 경제적인 손해도 많았지만, 종종 위생상의 문제를 일으키게 되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유를 가열처리해서 소비자에게 배달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위생관리원들은 이를 방지하려고 하였다. 이러한 낙농의 초기는 우유산업의 암흑기라고 할 수 있다.
1920년까지도 시유 산업은 정착되지 않았지만, 이 시기에 순간 살균법(flash pasteurization)과 저온 살균법(holder pasteurization)이 소개되었으며, 시유 산업에 큰 영향을 주었다. 순간 살균법은 사용하는 온도가 일정하지 않았지만, 끓는점 이하에서 우유를 잠시 가열하였으며, 대개의 경우 연속적인 방법으로 우유를 68.3~73.9℃로 잠시 가열한 다음 냉각하였다. 이렇게 열처리된 우유가 몇 가지 전염병을 일으켜서 순간살균의 사용이 제한을 받게 되었으며, 우유의 열처리 기술발달에 많은 지장을 주었다(Hall과 Trout, 1968). 1907~1940년대에 저온 살균법이 보급되기 시작했으며, 저온 살균법에 의해 처리된 우유의 안전성이 인정되고, 저온살균기의 온도 조정장치의 정확도가 향상됨에 따라 저온 살균법의 사용은 널리 확산되었었다. 그러나 당시에 아직도 순간 살균법으로 인하여 우유의 살균법에 대해 회의를 가진 사람이 많았으며, 저온 살균법(저온저장시간 및 고온단시간)에서 우유의 적절한 온도처리를 엄격히 관리하였었다. 그러나 순간 살균법은 우유의 살균 필요성을 인식시켰으며 저온살균법의 기초를 구축하였다고 할 수 있다.
당시에 우유의 저온 살균법에 대한 많은 반대가 있었으며 이러한 반대의 이유를 정리해 보면 Table. 2와 같으며, 이러한 반대는 우유의 살균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이루어짐에 따라 그 근거가 없음이 밝혀지게 되었다.
우유의 열처리 이용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우유의 상업적 살균법이 보편화 된 것은 19세기 말경부터라고 할 수 있다. 초기에는 살균을 은밀하게 하여 당시의 시장상황에서 저장성을 증가시키기 위해 실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상업적 살균의 보편화가 많이 지연되게 되었다. 당시에 우유 살균법은 전혀 새로운 공정이어서 경험이 없었고, 소비자는 살균효과에 대하여 의심을 가졌으며, 살균장치와 적당한 살균유 포장장치가 아직 개발되지 못하였고, 식품위생 관리는 살균보다도 위생적인 원유의 생산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여기에서는 미국에서의 살균법의 시행과정을 주로 살펴봄으로써 초기에 우유 살균법의 법제화 과정을 살펴보기로 한다.
Baltimore의 우유업자는 1893년에 유아용 우유를 살균처리했었지만, 미국에서 최초의 상업적 살균은 Cincinnati 시에서 1897년에 실시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어서 New York 시는 1898년에, Philadelphia는 1899년에, St. Louis 는 1900년에, Milwaukee는 1903년에, Boston과 Chicago는 1908년에, Detroit시에서는 1910년에 실시되었다. Chicago시는 1908년에 1909년 1월 1일 이후에는 tuberculin 검사에 합격한 소에서 생산한 우유가 아니면 살균을 해야 판매할 수 있도록 법을 제정하였다. 1908년에 Massachusetts 주는 모든 우유는 75℃ 이상으로 열처리하고, 흰 바탕에 1 inch 크기의 검은 글씨로 열처리된 우유임을 표시하도록 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그 이후로 미국의 다른 주에서도 유사한 법이 만들어져서 모든 우유는 법적으로 살균되도록 되었다.
1892년에 미국 New Jersey 주, Newwark 의 Henry Coit가 보증원유(certified milk)의 생산을 주장하게 되어 1893년에 시행되어서 오늘날 품질이 우수한 원유의 생산에 크게 기여하였으나, 한편, 살균을 반대하는 수단으로서 보증유를 이용하기도 하였다. 미국의 보증유 단체들은 주로 병이 없는 젖소에서 생산된 미생물 오염이 적은 원유의 생산에 많은 활동을 하였으며, 이들 단체가 이러한 우수한 원유를 보증하였다. 1930년에 미국 Detroit 지역에서 생산되는 원유의 약 1%가 보증유이고, 나머지 99%의 원유는 살균되었으며, 이어서 곧 모든 원유를 살균하게 되었다. 1947년에 Michigan 주가 처음으로 주에서 생산되는 모든 원유의 살균을 의무화하는 법을 제정하여 1948년 7월 1일에 효력을 발하도록 하였으며 이러한 경향은 미국의 각 주에 빨리 확산되어 갔다.
1910년부터 1940년대까지 거의 30여년간을 미국에서는 작거나 크거나 거의 모든 우유살균공장에서 저온 장시간 살균법 (holder pasteurization, low temperature-long time pasteurization)을 사용하였다. 저온살균법에 사용된 공정을 보면 100~200 gallon의 살균탱크에서 가온 살균하는 법과 원유를 예비 가온한 다음에 관형 가온 살균기에서 30분간 흐르도록 하여 살균하는 방법의 두가지가 주로 사용되었으며, 후자의 방법은 주로 대형 우유처리장에서 많이 사용되었으나, 저온 장시간 살균법은 처리 능력의 한계와 과다한 장소의 사용, 기계 관리의 어려운 점 등으로 인하여 점차 고온 단시간 살균법으로 대치되게 되었다. 열재생장치를 이용한 고온단시간살균법 (high temperature-short time pasteurization)이 1923년에 소개되었지만, 1940년대까지는 산업적으로 사용되지 못하였다. HTST 살균법은 각종 조절 및 측정장치의 개발에 따라 빠른 속도로 보급되게 되었다. 살균방법의 개발확산과 함께 1940년 경에 우유의 균질화 방법이 개발되어 보급되게 되어서 고온 단시간 살균법이 더욱 확산되어 오늘날에는 세계적으로 90% 이상의 우유가 고온 단시간 살균법으로 살균 처리되고 있다.
우유의 초고온 처리법에 의해 병에 넣은 우유의 오염된 병원균과 부패성 미생물을 125℃로 가열 처리하여 사멸시킴으로 안전성과 함께 저장성을 확보하는 우유 살균법은 이미 1895년에 유럽에서 보고되었으며, 우유를 고온의 공기나 증기로 처리하는 방법을 발견하여 1910년 경에 Lobeck이 특허를 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우유의 초고온 처리법은 처리기계가 발전되지 못하고, 멸균된 우유의 무균 포장이 개발되지 못하여 실용화되지 못하였다. 1930년대 병장멸균법이 관심을 끌었으나, 상업적으로는 1950년대에 미국에서 무당 연유를 초고온 처리하여 Martin 무균 통조림법으로 포장하는 방법이 성공함으로써 초고온 처리법에 의해 제조된 저장성이 높은 좋은 질의 연유가 성공을 하게 된다. 1950년대에 증기 주입법(Steam injection) 및 증기분사법 (Steam infusion)에 의한 UHT 처리법이 개발되고, 1960년대에 Sweden의 Tetra Pak 사가 다층지형 용기에 초고온 처리된 우유를 무균 포장하는 방법을 개발 보급함으로써 초고온 처리우유는 본격적인 시장확장이 가능하게 되었다.
결 론
우유의 열처리는 원유 중에 존재하는 미생물을 사멸시킴으로써 우유에 안장성과 저장성을 부여하는 식품가공의 한 수단이다. 우유를 가열 살균하는 동안에는 미생물의 사멸 이외에도 효소 및 독 성분의 파괴와 같은 변화와 영양성분, 향미성분의 소실과 같은 부정적인 품질변화도 동시에 일어난다. 따라서 미생물의 파괴를 최대화하고, 식품의 영양성분의 손실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는 개개의 식품에 알맞은 살균공정의 선택에 유의해야 한다(한, 1989). 현재까지 우유의 가열살균에 사용되는 방법들은 과학적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열처리 온도와 시간이 정립되었으며, 전세계적으로 이미 검증된 방법이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우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UHT 우유는 전세계적으로 market share가 가장 많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UHT 우유가 위생적으로 가장 안전하기 때문이다. 본 저자는 30년 가까이 된 오래된 글을 재 수록하면서 지금까지 간과하고 있었던 우유 열처리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는 좋은 기회이었다고 생각한다. “우유의 열처리가 우유품질과 영양가 에 미치는 영향”의 첫 장에 “우유열처리기술의 발달사”를 수록한 것은, 원저자가 유가공을 공부하는 후학들에게 “옅은 지식으로 우유 열처리 논쟁을 하기보다는, 우유 열처리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라고 충고를 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